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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팀 문화] 가능한 한 많은 일을 병렬로 (II)
Jan 15th, 2010 by Wegra Lee

2009년 10월에 같은 제목으로 포스팅 한 글[1]의 연장선에서 몇 마디 더 적어보고자 한다.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듯, 우리 팀의 일하는 방식은 가능한 많은 일들을 가능한 한꺼번에 진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상황을 보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 같다.

어딘가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차후 뒷감당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일을 진행시키는 경향이 엿보인다. 얼핏 생각해도, 그리고 경험상으로도 그 일 하나의 파급는 너무 막대하여, 추후 기능 개선이나 유지보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하나만 예로 들면, 지금껏 별로 신경쓰지 않았던 내부 모듈들을 우리 통제권 밖의 팀에서 사용하라고 공개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내부 모듈에 대해서도 하위 호환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우려들을 이야기해도 마땅한 안은 제시지 못한다. 요즘은 과제 진행에 집요하게 관여하지 않아서이기도 하겠지만, 상대방이 원한다는 정도의 답변 정도만 받았던 것 같다.

지금껏 관련 기능을 전혀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단독으로 그 기능을 제공하는 모듈을 개발하게 시키기도 한다. 더 정통한 사람이 있어도 다른 일로 바쁘므로(여유가 있는 사람은 찾을 수 없다. 팀원 중 누군가가 여유가 생기면 메니저가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것이란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다. [2] – ‘쉬어가기.. 혁신을 이끌어내는 방법’ 참조) 함께 하지 못한다. 물론 둘이 하나의 태스크를 공유하는 것은 ‘가능한 많이 한꺼번에’ 정책에 위배된다. 궁금하면 물어보면 된다는 입장인데, 알아야 제대로 된 질문을 할 수 있다. 질문을 받은 측도 질문자가 어느 방향으로 가다가 어떤 관점에서 이런 질문을 하는지 그 문맥을 알지 못하면 제대로된 답변을 줄 수 없다. 우문현답을 기대하지 말자. 질문하는 측도 이 모든 걸 상대가 한 번에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할 수 없다. 충분한 이해를 위해 이런저런 사족을 다 얘기하다보면 상대는 오히려 짜증을 낼 수도 있다. 자신도 다른 일로 정신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고, 질문한 사람의 일이 잘 안되는 건 자신과 큰 상관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혼자 하느라 갑갑하고 진도도 더딘데, 주어진 시간은 항상 촉박하다. 결국 유사한 기능의 타 제품을 몇개 참고해서 비슷하게 흉내내는 수준의 작품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제품 전체 중 일부는 어쩔 수 없이 그럴 수 있다 치지만, 내가 보기엔 그 정도가 심하다.

우선.. 아무리 흉내를 낸다 해도, 이해할 수 있는 만큼만 구현할 수 있다. 문외한이었던 사람이 혼자 짧은 시간동안 이해할 수 있는 범위는 가장 기초적이고 정석적인 부분뿐일 것이다. 고급 기능이나 색다른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면 ‘아! 이런 방법도 있었군!’ 이라 생각할만한, 때로는 혁신적인) 형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우리 제품에 가장 적합한 방식이 무엇인지도 판단하기 힘들다. 특정 기능에 대해 이견이 있을 때 우리 팀에서 가장 힘있는 근거는 ‘제네도 이렇게 해요’ 이다. 정통한 노하우나 깊은 고민 없이 이곳 저곳 유사 플랫폼, 유사 기능의 제품을을 흉내내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것마저 각 모듈마다 별다른 커뮤니케이션 없이 독자적으로 진행하니, 제품 전체를 꽤뚫는 우리만의 색깔과 혼을 찾을 수 없다. 타 제품에서의 멋진 디자인도 우리 제품에 가져오면 효과가 반감된다. 특정 모듈에서만 효과가 있을 뿐, 다른 모듈에서는 그 특성을 십분 활용하도록 고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혀 필요 없는 기능을 멋모르고 집어 넣는 경우도 종종 있다. 플랑켄슈타인 같다고 해야할까. 동작은 하지만 조화롭지 못하고 보기 흉한 제품. 영화에서처럼 힘이라도 세지면 좋겠으나, 현실에선 과연 어찌될지……

p.s. 요즘은 포스팅 의욕이 많이 저하되었다. 대충 쓰고 올린다. ;;;


References

  1. [나쁜 팀 문화] 가능한 한 많은 일을 병렬로 (wegra.org)
  2. 쉬어가기.. 혁신을 이끌어내는 방법 (wegra.org)
»  Substance: WordPress   »  Style: Ahren Ahim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