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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앵무새 죽이기’와 ‘파수꾼’
December 8th, 2015 by Wegra Lee

<앵무새 죽이기>라는 책 제목은 숱하게 들어온 고전 명작이지만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같은 저자의 새로운 책 <파수꾼> 출간에 맞춰 광고를 하기에 함께 사서 읽게 되었다.

먼저 주의할 점 하나.
<파수꾼>은 <앵무새 죽이기>의 후속작이 아니다. 두 책은 완전히 다른 책이라 생각하고 읽기를 권한다.

두 책은 같은 저자가 같은 주인공들을 내세워 시대만 바꿔 같은 주제를 말하다 보니 속편 혹은 후속편으로 오해하기 쉽다. <앵무새 죽이기>가 워낙 오래된 책이라 많이들 이미 읽은 탓도 있지만, 출간 시점과 시대 배경 면에서는 <파수꾼>이 더 최근이다 보니 대부분 독자가 <파수꾼>을 나중에 읽게 된다. 하지만 작가가 처음 쓴 원고는 <파수꾼>이다. 애초에 <앵무새 죽이기>는 작가의 기획이 아니었다. <파수꾼> 원고를 검토한 편집자가 작가에게 주인공이 어렸을 때를 배경으로 1인칭 시점으로 다시 써보라 하여 탄생한 명작이 바로 <앵무새 죽이기>다.

즉 작가는 애초에 두 책을 시리즈로 기획하지 않았고, <파수꾼>이 <앵무새 죽이기>로 ‘대체’된 것이다. 그래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거의 겹치면서 설정상에는 모순이 몇 개 나타난다. 그래서 <파수꾼>을 후속편이라 생각하고 읽으면 재미도 떨어지고 거슬리는 설정도 눈에 들어온다.

둘을 다른 책으로 본다면.. 비슷한 시대에 미국 사회의 흑인 인권이라는 같은 주제로 쓰인 경쟁작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둘 중 더 나은 책은? 내 선택은 <앵무새 죽이기>다.

가장 큰 차이는 이렇다.
<파수꾼>의 주인공은 20대 중반의 배운 여성이다. 그리고 이야기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그녀의 아버지는 변호사고 삼촌은 박사다. 즉, 문제의식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며 어려운 비유와 용어가 많이 섞여 있다.
이와 달리 <앵무새 죽이기>는 어린 여자아이의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되었다. 천진난만한 아이의 눈으로 인권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직접적으로 논하기도, 온전히 이해하기도 어렵다. 직접 드러낼 수 없다는 한계 덕분에 작가는 더 그럴싸한 사건을 만들고 더 어려운 비유를 동원한다. 그 분위기와 흐름에서 독자가 더 깊이 고민하고 빠져들게 한다. 그리고 이 일을 아주 멋지게 해냈다. 간접적이되 더 분명한 메시지 전달. 이것이 <앵무새 죽이기>가 수십 년간 사랑받아온 원동력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파수꾼>은 단 1개월 만에 번역되었다. 이 짧은 기간에 이 정도 분량의 책을 이 정도 품질로 번역한 사실도 물론 놀랍지만, 원문을 올바로 옮기기 위해 역자가 공부하고 조사한 내용이 실로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번역 몇 권 해보고 편집 일 좀 하면서 조금 만만하게 보던 나 자신을 부끄럽게 하는.. 내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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