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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June 2nd, 2016 by Wegra Lee

L<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히노 에이타로 지음 | 이소담 옮김 | 오우아(문학동네)

책 표지만 봐서는 유쾌한 사회풍자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내용은 아주 진중하다. 아무도 쉽게(용감히) 이야기하지 못하는 주제다 보니 일부러 위트를 심은 게 아닌가 싶다(낚시질도 있겠지만).

제목에서 바로 유추할 수 있듯, 이 책은 우리 보통 회사원의 권익 찾기에 관해 이야기한다. 반기업적인 메시지보다는 지나치게 기업 입장만 대변하는 사회에서 잊고 사는 균형 잡힌 시각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주제로 넘어가기 앞서 읽는 내내 느낀 신기한 점부터 시작해보자.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인이다. 일본인이 일본 사회에서 보고 듣고 겪고 상담하고 분석한 내용을 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내가 알고 느끼는 우리나라의 모습과 너무도 비슷하다. 교육 시스템부터 대학생의 처지, 청년 실업, 직장 문화까지. 일제 시대를 겪고 친일로 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아직까지 사회를 이끌어서인지, 그저 이웃 나라라 많은 것을 직간접적으로 주고받아서인지.. 그 원인이야 알 수 없지만, 남의 나라 이야기일 거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점에서 일본과 비슷하다는 게 유쾌하진 않지만, 어쨌든 이 책은 우리나라, 우리 사회, 우리의 이야기라고 생각해도 좋다.

다시 주제로…

FullSizeRender (3)얼마 전 승진자 대상 온라인 교육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직원에게 주인의식을 요구하지 마라.”

내 평소 생각이긴 하지만, 이런 교육에서 이렇게 이야기할 줄은 몰랐다.

이 책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실제로 스타트업 생활 당시, 주인의식 충만한 한 사원은 ‘진짜’ 주인과 마찰을 빚다 결국 갈라섰다. 물론 그 열정에 대한 보상은 전혀 받지 못했다. 진짜 주인이 원하는 주인의식은 충성심의 다른 표현, 혹은 자기가 생각하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의 적극성을 뜻하는 게 보통이다. 그 범위를 벗어나면 모난 돌이 되기 쉽다. 머리가 이상하다고 팔이 머리 행세를 하려 들면 머리는 이를 도전으로 받아들인다.

주인의식을 당당하게 요구할 대상은 스타트업 멤버와 성과에 따른 보상을 보장받은 임원, 회사 지분을 상당량 소유한 직원들이다. 회사가 성장하면 이들에게는 그만큼의 보상이 뒤따른다. 반면 보통의 직원은 회사를 위기에서 구해도 작은 보상과 한때의 인정만이 돌아올 뿐이다. 이런 조건에서 모두에게 주인의식(혹은 경영자 마인드)을 요구하는 건 불공평하지 않은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열정페이도 마찬가지다.)

다 필요 없고, 이렇게 이야기해보자.

“우리 당장 역할을 바꾸면 모두가 주인 의식으로 똘똘 뭉쳐 회사가 더 번창하겠군요?”

주인의식은 고마워 할 일이지 강요할 일은 아니다.

그럼 이 책이 이야기하는 균형 잡힌 시각이란 무엇일까? 책은 물론 여러 이야기를 하지만, 두 가지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먼저, 회사와 나는 서로 필요해서 계약을 맺은 관계임을 인식해야 한다. 월급을 주니까 충성하라고? 경영자는 핸들이고 직원은 엔진이다. 목적지로 가려면 서로에게 서로가 필요하다. 경영자는 전체에 피해를 주고 제 역할 못 하는 직원을 해고할 권리(와 의무)가 있고, 직원은 잘못된 목적지로 이끌거나 혹사시키는 회사에 언제든 사표를 던질 권리가 있다. 역할과 책임의 크기는 물론 다르지만 관계는 대등하다.

누구에게 주도권이 있느냐는 수요와 공급 법칙에 크게 좌우된다. 지금처럼 구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기업이 주도권을 갖는다(그러니 앞뒤는 생각해가며 행동하자). 하지만 일할 사람이 부족한 시대가 곧 온다. 그때는 직원의 목소리가 지금보다는 확실히 커질 것이다(그 혜택의 대부분은 그 세대에 주어진다. 우리가 아니니 들뜨진 말자).

두 번째는 자기 계발 방식이다. 회사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회사와 함께 나도 성장한다. 여기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게 있다. 그 성장이 내가 독립하거나 다른 회사에 가서도 인정받는 성장인가? 나의 노력, 열정, 희생을 상사라는 특정인만 알고 내 자산이 그것뿐이라면, 좋든 싫든 그 상사에 얽매이게 된다.

이것을 잘 못 하면 자칫 사축(회사 가축)이 될 수 있다. 아래는 저자가 소개하는 사축에서 벗어나는 8가지 방법이다.

  1. 회사가 던져주는 ‘보람’이라는 먹이를 무작정 받아먹지 말자.
  2. 괴로우면 언제든 도망쳐도 된다.
  3. ‘경영자 마인드’로 일해봤자 좋은 건 사장뿐이다.
  4. 직장 내 인간관계는 잘 풀리지 않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
  5. 회사는 어디까지나 ‘거래처’라고 생각하라.
  6. 노동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라.
  7. 부채는 최대한 지지 말라.
  8. ‘남들과 똑같이’ 대신 ‘내게 가장 어울리게’

경영자가 이런 시각의 직원을 경계할 필요는 없다. 이런 직원이 그 직장에 남아 있다는 것은 그 회사의 비전과 업무 환경에 (어떤 이유에서든) 나름 만족한다는 이야기다. 만족스러운 회사라면 당연히 더 유지되고 성장하기를 바라며 열심히 일할 것이다.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회사를 이끌고 노력과 성과에 적당한 보상을 주는 한 직원들은 회사를 위해 힘쓸 것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기업에 유리한 시각을 주입받아 왔기에 이 책이 이야기하는 정당한 권익과 당연한 사고방식이 어쩌면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쳐 보이거나 약간은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회사 상사 면전에서 편하게 이야기하기엔 두려울 수 있다. 혹 그렇지 않은 회사에 몸담고 있다면 제법 괜찮은 직장이라는 이야기이니, 불만이 있더라도 조금 더 애착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일에서 보람을 논하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니다. 보람을 강요하고, 이를 미끼로 불합리한 희생을 당연시하는 잘못된 사회 상식에 속아 자신을 버리지 말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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