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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역량 평가 방식 비교
November 3rd, 2009 by Wegra Lee

개발자 역량을 평가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대조적인 두 가지의 방식에 대해 써볼까 한다.

해결 능력/팀 융화력 평가 vs. 지식 평가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과 같은 회사는 면접 과정에서 난해한 문제를 내어 그 해결 과정을 직접 지켜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이 알아보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문제의 정답을 알고 있는가가 아니다. 주어진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는가에서 시작하여 그 답을 찾기 위한 해결 과정 전반을 평가한다. 따라서 정답을 맞추지 못하더라도 높은 평가를 받고 합격되는 경우도 많다. 사람의 문제 응용/해결 능력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변하지 않는 특성이므로 이런 과정을 통해 뽑은 사람은 어떠한 일을 맡겨도 잘 해쳐나갈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합격이 된다면 함께 일할 팀원들이 직접 면접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그 팀에 잘 융화될 수 있는 사람인가를 팀원들이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좋은 팀들은 팀만의 문화가 있기 마련이다. 스포츠, 게임, 여행 등 취미를 공유한다거나, 특정 개발 방법론을 선호한다거나, 단순히 유머와 재치가 있는 사람을 원할 수도 있다.

이상과 대조적으로 지식을 평가하는 방식이 있다. 예를 들어 일부 기업은 주기적으로 전 사원들을 모아놓고 광범위한 지식을 평가하는 시험을 치른다. 몇 시간에 걸쳐 수십, 수백 개의 문제를 풀게 되는데, 대부분의 문제는 단순 지식 확인용이고, 응용 문제도 최대 몇 분 내에 답을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대학수학능력 시험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이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폭넓은 기초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식 평가 방식의 맹점

지식 평가 방식도 일면 의미가 있으나, IT 업체에서 비중있게 활용하기에는 심각한 문제를 앉고 있다.

  • IT 분야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중 하나이다. 즉, 특정 시점에 가지고 있는 지식은 그 유효 기간이 짧아, 좋은 평가를 받은 사람이 1년 후, 3년 후에도 같은 우월성을 보일 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 지식이 많은 것과 실무에서의 문제 해결 능력 간의 연관성도 그리 크지 않다. 풍부한 어휘를 알고 있다고 해서 논리 정연한 글을 잘 작성하는 것은 아니며, 수학/과학 경시대회 참가자를 전과목 평균을 보고 선발하지는 않는다. 필기 점수가 좋은 사람과 텀 프로젝트를 잘 하는 사람은 다르며, 혼자서 잘하는 사람과 여럿이 함께 일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다르다. 실무에서는 광범위한 지식보다는 전문화된 지식과 경험, 직관, 추진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이 훨씬 더 유의미하다.
  • 현업에서는 수개월에서 심하면 수년간 특정 분야만 다루는 경향이 많으므로 력자일 수록 불리하다. 오히려 학업을 마치고 갓 입사한 사람이나 학계로 돌아가거나 이직을 준비중인 사람들이 높은 점수를 받기 유리하다. 평가만을 위해 현업과 관련 없는 지식들을 주기적으로 되세기게 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도 그리 현실적인 이득은 없다.
  • 지식은 필요하면 언제든 쉽게 찾을 수 있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가?
  •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직원 1,000 명, 시험 시간 반나절인 상황을 단순 계산해보자. 한 사람을 1년간 고용하는데 1억 정도가 든다고 보면 (연봉, 보너스, 사무실 임대, 설비 유지, 복지 등 대기업 기준으로 현실적인 액수이다), 반 나절에 해당하는 비용은 20만원이 넘는다(1년중 working day 는 250일에 훨씬 못 미친다). 따라서 시험 1회당 2억원 이상의 비용을 소비한다는 결론이다. 문제 출제, 관리, 시험 전후로의 업무 집중도 하락, 기회 비용 등 정량적으로 계산하기 어려운 비용은 포함시키지도 않았다.

결론

지식 평가 방식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경우는 아직 보지 못했다. 하지만 부분적으로나마 이런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의 속성을 기업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한 번은 외국 개발자에게 국내 기업의 지식 평가 문화에 대한 짧은 견해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었다. 회사가 나를 뽑았다는 것은 나의 역량을 신뢰한다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하였다. 나의 역량을 평가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나와 동고동락하며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들이지, 획일적인 시험의 결과만을 받아보는 사람들은 절대 아니다. 직작컨데, 어렸을 때부터 습득된 잘못된 교육 문화와 관료주의의 폐단인듯한 이 문화는 하루빨리 사라졌으면 한다.


References

  1. Programming Interviews Exposed – Secrets to Landing Your Next Job (번역서: 프로그래밍 면접 이렇게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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