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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팀 문화] 마법을 보여줘
November 5th, 2009 by Wegra Lee

[나쁜 팀 문화] 시리즈를 더 진행하기 앞서 이 주제를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너라고 뾰족한 수 있어?’, ‘그게 말처럼 쉽냐?’ 와 같은 공격에 대한 내 나름의 답변이 될 것이다.

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안을 제시했을 때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흔한 반응들은 이렇다.

  • 그게 아니라 말이지.. (뜨끔하여 방어적 태도를 보임.)
  • 이런 경우엔 그 개선안도 단점이 있잖아? (꼬투리 잡기.)
  • 미안하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네. (내 권한 밖 & 나도 피해자.)
  • 좋은 의견이지만 더 급한 이슈들이 많아. 나중에 생각해보자. (과제가 종료되기 전에는 절대 시간이 나지 않음.)
  • 괜찮은 거 같군. 자네가 인프라 세팅부터 이것저것 시도해본 후 가이드를 주게. (난 아무것도 하지 않겠네.) 단, 하던 일에 지장을 주면 안되겠지? (야근을 하건 밤을 새건, 자네 개인 시간을 활용해서 하게나.)
  • 그래도 xxx 보다는 낫잖아(혹은, 남들도 다 그렇게 해). 긍적적으로 생각해. (자기 위안. 현실 안주.)
  • 우리만 바꾼다고 되는게 아니야. 남들도 다 한다고 하면 나도 동참하자. (내가 총대 멜 필요는 없겠지.)
  • 무관심. (신경쓸 겨를 없음. Or 제 또 저러네. 일이나 열심히 해라.)

너무 자주, 그리고 공격적인 어투로 문제를 제기하면 이런 반응도 얻을 수 있다.

  • 자넨 매사에 너무 부정적이야.
  • 팀내 위화감 조성하지 말자. 팀웍을 깨는 짓이야.

위 답변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렇다!! 하나하나 나름의 일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갖가지 저마다의 견고한 방어책들로 무장한 사람들 모두를 단숨에 사로잡을 수 있는 화려하고 강력한 마법을 부리지 못하는한 팀은 복지부동.. 똑같은 불합리함과 불만들을 그대로 간직한 체 그냥저냥 또 시간이 흘러간다.

종종 제안이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아래와 같은 케이스들이다.

  • 해결하려는 문제가 국지적이다. (일부 사람만 적응하면 되고, 변경량이 적다.)
  • 기존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체 효율성만 높인다. (여전히 기존 틀 안에 있다.)
  • 일부 프로세스를 자동화한다. (난 가만히 있고, 할 일은 줄어든다.)
  • 정말 개인 시간 희생해서 인프라부터 친절한 가이드까지 다 해주었다. (난 가만히 있어도 된다.)

종합해보면, 수동적이고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개선들이다. 이나마도 개선되는 것이 다행이긴 한데.. 문제는 이렇게 해결할 수 있는 이슈들은 제한적이며, 개선 속도도 느리고, 무엇보다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변화는 이끌어낼 수 없다. 그리고 근본적인 변화가 수반되지 않은 지협적 개선은 오히려 비효율을 증가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갱신된 문서 내용이 잘 공유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Wiki 를 도입하면서 기존의 문서 관리 체제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면, 팀원들은 이중으로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또 싱크를 맞춰줘야 한다. 개선의 효과를 잘 보지 못하고, 그런 경험이 쌓여갈 수록 사람들은 개선에 대한 신뢰를 잃고, 변화를 거부하게 된다.

서론이 길었는데.. 그럼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팀 문화를 개선하고 팀웍을 향상시키고 생산성을 높이는.. 하루 아침에 짠! 하고 모든 걸 바꿔줄 수 있는 마법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이다. 긴 기간에 걸쳐 희생을 감내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이겨내야 한다.

팀은 항시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공부하고 주변을 살피고 서로 논의해야 한다.

물론 리더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오픈된 마인드를 가지고 팀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스스로 솔선수범해야 한다. 변화가 요구되면 장기간에 걸쳐 분위기를 조성하고, 필요하면 컨설팅이나 교육을 병행한다. 팀원들이 눈앞의 업무에만 목매에 시야가 갖혀 있지 않은지 살피자. 그리고 서로 간의 지식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즐거움을 잃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업무적으로도 협력하여 개발하는 문화를 조성하자. 코드 리뷰, 페어 프로그래밍, 일일 스크럼, 서로의 테스트 케이스 제작.. 방법은 수없이 많다. 또한 잘하고 있는 것과 개선이 필요한 것은 무엇이 있는지 주기적으로 되돌아보자.

이런 일련의 작업들은 팀을 ‘주변의 자극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유기체‘로 만들어준다. 변화의 필요성이 감지되면 전체가 똘똘 뭉쳐서 함께 헤쳐나간다. 누군가 변화의 방향이 잘못되었음을 감지하면 즉시 공유되어 괘도를 바로 잡는다. 모두가 서로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더 많은 노력과 희생이 요구되는 사람들을 충분히 배려해주고 그 결과를 보상해준다. 팀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적응하고 진화해나갈 수 있는 생명체가 된 것이다.

마법을 보여달라면, 난 이것을 마법이라 얘기하겠다. 너 따로 나 따로.. 울타리만 둘러둔 콩가루 팀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변화와 활기를 몸소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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