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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stable Design Anti-Patterns
Dec 17th, 2009 by Wegra Lee

한 4년쯤 전에 정리를 시작했던 주제로, 지인 몇 명과 논문으로 써볼까 기고를 할까 고민하다 제 때 빛을 보지 못했다. 실례를 찾아 보강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는데, 불행히도 그 후 테스트 관련 업무를 접할 기회가 없었어서 기고까지는 하지 못했다.

Testable Design Fundamentals

In other to make software testable, designer should follow some rules. If you are interested in software design, some of them must be familiar to you. That’s because they are rules for improving software ‘design‘ in testability perspective. Lets look into the rules one by one.

  1. Clear Specification: Specification should cover all possible situations even for illegal conditions. Moreover, it must be clearly defined without any ambiguous sentences.
  2. Controlability: Target should provide mechanisms to read/write the conditions or to run the operations which are required to verify its functionality. It should be easy enough to implement.
  3. Modularity: Adequate modularization is one of the fundamental requirements not only for design, implementation, and reuse, but also for test. For an example, a module which has many relationships with other modules is hard to test independently. It should use stub/mock object of wait until the dependant modules are implemented.
  4. Readability: Easy and intuitive naming reduces human errors and decreases design/implementation time. It makes overall testing time shorter.
  5. Consistency: All of the above rules should be reflected consistently so that the software can be look like designed and implemented by one person.

Software which satisfies these rules can be called testable. However, it is very hard to measure quantitatively how well the rules are reflected. I’ll remain this issue for other dedicated articles.

(in Korean)

테스트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설계자는 몇 가지 규칙을 따라야 한다. 소프트웨어 설계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친숙한 이름의 규칙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유인 즉, 이 규칙들은 테스트의 관점에서 소프트웨어의 ‘설계‘를 향상시키기 위한 지침이기 때문이다. 그럼 그 규칙들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1. 명확한 기능 명세: 소프트웨어 명세서는 잘못된 상황까지 포함한 모든 가능한 상황을 기술해야 한다. 이 때, 의미가 분명한 문장만을 사용해야 한다.
  2. 조작성: 테스트 대상은 그 기능 동작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읽고/쓰거나 기능을 동작시킬 수 있는 메커니즘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소프트웨어 적으로 쉽게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3. 모듈화: 적절한 모듈화는 소프트웨어 설계, 구현, 재활용 뿐 아니라 테스트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다수의 다른 모듈과 종속성이 있는 모듈은 독립적으로 테스트하기 어렵다. Stub/Mock Object를 사용하거나, 타 모듈들이 구현되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4. 가독성: 쉽고 직관적인 이름(모듈, 함수 등 모든 경우에 해당됨)은 휴먼 에러(human error)를 줄여주고, 설계와 구현 시간을 단축시킨다. 결과적으로 테스트에 소요되는 전체 시간을 단축시키는 효과가 있다.
  5. 일관성: 이상의 모든 규칙들은 마치 한 사람의 설계하고 구현한 것처럼 일관성 있게 적용되어야 한다. 각각의 모듈마다 그 정도가 다르다면 휴먼 에러(human error)를 증가시킬 것이다.

이상의 규칙들이 충족된 소프트웨어라면 ‘테스트할 수 있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단, 이런 규칙들이 얼마나 잘 반영되었는지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는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측정 이슈는 주제의 범위를 벗어나므로 본 글에서는 더 자세히 다루지 않을 것이다.

(Read the full article)

설계 vs. 프로그래밍 언어
Dec 14th, 2009 by Wegra Lee
나는 객체지향 개념을 접하기 시작한 97년부터
모든 프로그램을 짤 때에 설계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객체지향, UML, GRASP, Design Pattern, Bug Pattern, Refactoring, Aspect-Oriented 등등..
의 개념을 접하게 되었고,
실제로 3개월 정도 설계만 하고 보름 미만으로 코딩해서
제대로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본 경험도 있다.
이리저리하여 난 설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권장하게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주위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처음엔 굉장히 답답하여 계몽(?) 시키고자 노력해보았지만,
설계를 시켜도 도저히 설계라 하기 민망한 수준에서 더 이상 진척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코딩을 시키면 마음엔 안들어도 그럭저럭 돌아가게는 만들어 냈다.
내게 ‘아하~!’하는 깨달음이 온 것은..
1년하고 조금 더 전쯤..
영어 공부 한답시고 한동안 자칭 ‘영어로 사고하기’ 놀이를 하고 다닌 적이 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은 ‘아는 만큼 생각한다’이다.
한국어로 생각하고 영어로 표현하려면 어휘력이나 문장력이 부족해 표현을 못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영어로 생각하면 사고의 범위 자체가 좁고 얕아지는 걸 느꼈다.
나는 남들에게 자신 있게
‘난 Java로 free talking 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대다수의 배테랑 개발자들은
나와 같은 의미에서 자신의 주 언어로 free talking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설계이다.
UML은 개발 언와와는 또 다른 종류의 언어이다.
하지만 거의 100%의 개발자들은 설계용 언어 보다는
개발용 언어를 먼저 익힌다.
필요에 의해서건, 흥미에 의해서건
설계용 언어를 접할 때는 이미 상당 수준의 개발 경험이 갖춰진 후이다.
그들에겐 낯설은 설계 언어로 사고하는 것은 너무 답답하다.
코드로 작성하면 금방 만들 수 있는 것도
설계 언어로는 어떻게 표현해야할 지 알질 못한다.
영어에 능숙치 못한 한국인이
미국인에게 무언가 얘기는 하고 싶은데
말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결국 설계를 하느니

그 시간에 직접 코딩하는 걸 택한다.

우연히 하드 디스크에서 발견한 글이다. 마지막 수정 시간은 2005년 4월 5일. 무슨 계기로 적어놨는지 기억도 나지  않고, 지금보니 설익은 느낌도 들지만 이곳으로 옮겨놓고 지워버리기로 했다. ^^

나는 객체지향 개념을 접하기 시작한 97년부터 모든 프로그램을 짤 때에 설계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객체지향, UML, GRASP, Design Pattern, Bug Pattern, Refactoring, Aspect-Oriented 등의 개념을 접하게 되었고, 실제로 3개월 정도 설계만 하고 보름 미만으로 코딩해서 제대로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본 경험도 있다.

이리저리하여 난 설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권장하게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주위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처음엔 굉장히 답답하여 계몽(?) 시키고자 노력해보았지만, 설계를 시켜도 도저히 설계라 하기 민망한 수준에서 더 이상 진척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코딩을 시키면 마음엔 안들어도 그럭저럭 돌아가게는 만들어 냈다.

내게 ‘아하~!’하는 깨달음이 온 것은.. 1년하고 조금 더 전쯤.. 영어 공부 한답시고 한동안 자칭 ‘영어로 사고하기’ 놀이를 하고 다닌 적이 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은 ‘아는 만큼 생각한다’이다. 한국어로 생각하고 영어로 표현하려면 어휘력이나 문장력이 부족해 표현을 못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영어로 생각하면 사고의 범위 자체가 좁고 얕아지는 걸 느꼈다.

나는 남들에게 자신 있게 ’난 Java로 free talking 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대다수의 배테랑 개발자들은 나와 같은 의미에서 자신의 주 언어로 free talking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설계이다. UML은 개발 언와와는 또 다른 종류의 언어이다. 하지만 거의 100%의 개발자들은 설계용 언어 보다는 개발용 언어를 먼저 익힌다. 필요에 의해서건, 흥미에 의해서건 설계용 언어를 접할 때는 이미 상당 수준의 개발 경험이 갖춰진 후이다.

그들에겐 낯설은 설계 언어로 사고하는 것은 너무 답답하다. 코드로 작성하면 금방 만들 수 있는 것도 설계 언어로는 어떻게 표현해야할 지 알질 못한다.

영어에 능숙치 못한 한국인이 미국인에게 무언가 얘기는 하고 싶은데 말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결국 설계를 하느니 그 시간에 직접 코딩하는 걸 택한다.

[나쁜 팀 문화] 너는 생각할 필요 없어. 생각은 나 혼자..
Dec 11th, 2009 by Wegra Lee

내가 최근 과제를 진행하면서 가장 불만이 많았던 문화 중 하나로, 간단히 이야기하면 소수의 누군가가 생각해서 가이드를 만들고 다수의 사람들에게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문화이다. 얼핏 생각에 괜찮은 어프로치로 생각될 수 있고, 심지어 권장되는 상황도 많다. 하지만 잘못 남발하면 부작용이 큼을 몸소 느꼈기에 주의하자는 차원에서 정리해보았다.

시작..

우리 팀은 ‘아키텍트(Architect)’라는 멋진 이름의 조직을 갖추고 있다. 이름에 걸맞게 팀내 주요 아키텍쳐적 이슈들을 논의하고 해결안을 찾아 지침을 내려준다. 팀원들도 나름 팀내에서 선별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문제가 있기는 커녕 모범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키텍트 그룹이 내놓은 가이드의 상당수가 많은 헛점을 보여왔다. 지침대로 적용을 하려던 개발자들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아 갈팡질팡하고 번복되기 일쑤였다. 아키텍트들의 결정에 대한 신뢰가 점점 떨어졌고,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최대한 늦게 적용하는게 좋다’ 라는 말까지 공공연히 오고가기도 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단순히 아키텍트들의 실력이 부족해서는 아니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나름 조명해보았다.

팀 환경/문화

팀의 아키텍트 그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데에는 수많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팀의 전반적인 상황은 지금까지 기술되었던 (그리고 앞으로 더 추가될) 모든 Bad Team Culture 시리즈[1]의 종합 선물세트라 보면 된다. 빠른 진행을 위해 간략히 요점을 정리해보았다.

우리 팀은 거의 항상 무리한 일정에 맞추기 위해 과속 주행을 해왔다. 산적한 모든 일들이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완료되어야만 한다. 그 시나리오도 실무자가 아닌 윗선에서 정한 deadline 에 기반한다. 팀 창설 이래 단 한 번도 deadline 에 맞춰본 역사가 없음에도 항시 같은 패턴이다.

거의 모든 아키텍트들의 주 업무는 사실 관리다. 이들은 대부분 서브팀의 리더들로, 자신의 서브팀 업무 처리로도 이미 숨이 벅차다. 더구나 이들은 개발 실무를 담당할 여력도 없다. 큰 그림의 아키텍처나 팀원들이 제기한 구현 상의 이슈에 대해 의사 결정은 참여하지만 직접 구현에 참여하거나 팀원들이 작성한 소스를 살펴보진 못한다.

개발자들 역시 발등에 떨어진 업무들로 다른 논의에 참여할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한다. 구현 하나만으로도 일정이 빠듯한데, 각종 요청들이 ‘가능한 빨리’ 라는 수식어와 함께 동시 다발적으로 날아온다. 코드 리뷰나 리펙토링 같은 사치스런 용어는 책속에서나 볼 수 있을 뿐이다.

다수 모듈에 적용되는 공통 가이드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논의와 충분한 공유 대신, ‘일주일 내로 모두 적용해!’ 와 같은 명령이 떨어진다. 가이드 자체도 결함 없는 완벽한 것이라는 이상적 결과를 기준으로 한다. 보완책으로 일부 모듈을 대표로 적용해보기도 하지만 서브팀 내에서의 커뮤니케이션도 부족한 상황에서 도메인이 다른 특정 모듈이 전체를 대표하리란 기대는 품지 않는 것이 좋다.

부작용과 악영향

결과는 아주 부정적이다.

‘아키텍트 = 관리자’ 이므로 논의가 계속 산으로 간다. 한국적 정서상의 문제도 있겠지만, 회의의 비효율성을 불평하면서도 둘을 분리하지 못한다. 어떤 회의에서건 두 이슈가 마구 섞여 논의되므로, 소수의 전담 아키텍트(non-관리자)는 진행 상황조차 파악하기 어려울 때도 많다. 예를 들어, 잠시 묻혀 있던 이슈를 결론짓기 위해 꺼내놓으면 ‘아! 그거 지난번 관리회의에서 x로 결정해서 a, b, c 가 진행중이야.’ 라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들려준다. 그러면서 전담 아키텍트이니 아크 이슈들을 추적 조율하라는 모순적인 요구를 한다.

팀 전체의 상황을 고루 파악하고 있는 아키텍트가 없다. 다른 서브팀의 상황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으므로, 아키텍트 회의가 소집되어도 자신의 팀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있지 않다면 잘 참석하지 않는다. 충분한 사전 조사와 깊은 논의 없이, 모인 사람만으로 쉽게쉽게 결론을 내는 경향이 생겨 추후 번복의 여지가 많다. 일부 모듈을 대표로 선정해 해결책을 검증해 보더라도, 다른 모듈에는 대대적 칼질을 요하는 경우가 많았고, 가끔은 적용 과정에서 지침을 수정해야만 하는 counter example 이 나오기도 한다.

General 아키텍트의 고뇌.. 에피소드

이러한 상황에서도 어쩔 수 없이 아키텍트로써의 일을 수행하며 개인적으로 많은 고충들을 겪었다. 다른 아키텍트들 대부분은 자신의 분야에 대해서만 직접적인 책임을 지는데 반해, 나는 어지간한 이슈들에는 다 끼어 들어가야 했다. 즉 general 아키텍트였고.. 팀에 단 한 명 뿐이었다.

그러는 와중, 여러 모듈에 걸친 가이드를 만들어야 하는 업무들이 자주 떨어졌다. 나름 최선의 안을 내보려 노력하지만, 결정 과정에서는 언제나 trade off 가 발생한다. 특히나 논의 단계에서의 실무자 참여를 배제하는 상황에서는 수많은 추측과 가정들 위에서 이리저리 저울질을 하게된다. 중간중간 상황을 공지하지만 관심을 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관심 좀 가져달라고 애원을 해야 한 두 명 답변을 준다. 실무자들을 참여시켜달라는 요청에는 그들은 시급한 다른 일로 시간이 없다는 답변만이 메아리칠 뿐이다.

어찌저찌 가이드를 만들어 공지하지만, 본격적인 일은 이 때부터다. 가이드를 만들면 매니저는 N 일 내로 가이드를 적용하라고 공지한다. 그제서야 드디어 실무자들의 피드백들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질문이 터져나오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아가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개발자들의 성향과 경험이 다양한 만큼 다양한 안들이 나올 수 있다. 대부분은 사전 고려된 안들이기어, 그들들에게 trade off 와 이러저런 상황 요소를 열심히 설명한다. 결국 논리와 양해로 설득을 한다 치더라도 가이드와는 다른 이야기들이 오고가기 시작하면 개발자들은 우왕좌왕 하기 시작하고, 정리된 하나의 안으로 재공지될 때까지 자신의 모듈에 적용하는 것을 미루려 한다. 정리되는듯 싶다가도, 늦게서야 적용하는 모듈 때문에 또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기도 한다.

묵묵히 가이드를 잘 따르는 것 역시 그리 좋지 않다. 대부분의 가이드는 이상 추구보다는 현실 수용적이다. 과제 초기라면 누가봐도 깔끔한 가이드를 제시하며 떳떳해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너무도 다르다. 수년에 걸쳐 이미 수십만 라인의 코드를 만들어놨고, 개발자들을 릴리즈 일정에 쫓기고, 다수의 레거시 모듈들을 버무려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변경량이 적고 에러 유발 가능성이 적으면서 그럭저럭 봐줄만한 절충안을 내놓을 수 밖에 없다. (싹 뜯어 고치자 하면 기획팀/매니저들이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봐도 부끄러운 가이드를 던져주면서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할 지 걱정한 적도 있다. 실력있는 사람들은 보자마자 훨씬 좋은 방법들이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그닥 좋지 않은 가이드를 익히게 만든 것이다. 결과로 만들어진 가이드 자체는 부족하더라도, 그 결론까지의 여러 대안들을 연구/분석하고 장단점을 저울질하는 과정을 함께 한다면 모두의 역량 향상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현 상황을 함께 겪고 있는 지금의 동료들은 부족함을 이해해 주겠지만, 나중에 합류한 사람들은 어떨까? 결과물만 보고 전임자의 무능함을 욕해도 딱히 비난할 수도 없다. 그리고 그 제품이 세상에 공개된다면? 이력에 적어 넣기도 부끄럽고, 공백기로 둘 수도 없는 계륵 경력이 되어버린다.

가정 자체가 틀어질 때도 있다. 한 번은 개발자들이 도메인에 익숙하지 않고 영향 범위가 제법 크다는 가정으로 2~3주에 걸쳐 좀 억지스러운 가이드를 만들었다. 첫 설명회에서 모두들 ‘우린 그런 문제 없어.’, ‘해당 사항이 거의 없으니 조금만 신경쓰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 같아.’ 라는 반응들이 것이다. 그 자리에서 바로 정석적인 방식으로 진행키로 결정하고 그에 맞게 약간의 보강 설명을 해주는 것으로 설명회를 마무리했다. 2~3주의 시간을 쓸데 없이 허비한 꼴이 되었다. ‘사전 조사해서 상황을 파악해달라’ 는 초창기 요청에는 한 두 모듈만 피드백을 주었고, 그래서  ’모듈별로 실무자들을 한 명씩만 배정해달라’는 몇 차례의 요청 역시 묵살되었던 케이스였다.

아키텍트 시절 초기에는 의욕을 불태워봤지만, 나의 개선 요구들이 매번 거절당하면서 점차 회의를 느끼게 되었다.

다시 돌아가..

이런 현상의 더 근본적인 원인은 지도층의 마인드 때문이 아닐까 싶다. 리더가 아닌 매니저(관리자) 중심[2]의 팀이라, 중장기 비전을 위한 팀원들의 역량 향상보다는 눈앞의 단기 목표 달성을 최우선시한다. 심지어 팀원 역량 개발은 관리자의 롤에서 배제시키기도 한다. 같은 맥락에서, 소수의 핵심 멤버가 의사를 결정하고 그 외의 다수는 기계적으로 구현만 하면 된다고 얘기하는 것도 가끔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윗사람들 모두가 이렇지는 않다. 어쩌면 대부분은 단지 정신없는 일정 압박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가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는 분명 위와 같이 생각하고 있고, 그들의 힘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100% 틀렸다고 얘기하는 것도 역시 아니다. 상황에 따라선 이런 어프로치가 도움이 될 때도 있다. 단발성 프로젝트라던가, 초단기로 1차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던가, 너무나도 자기 주장이 강한 독불장군들이 모인 팀이라던가, 명확한 스팩/설계의 외주 과제라던가, 누구나 인정하는 천제 아키텍트가 이끌고 있다던가 등 다양한 상황들이 떠오른다. 심지어 커뮤니케이션만 잘 이루어진다면 보통의 팀에서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어설프게 머리를 정하고 권한을 주기에 앞서 팀의 모습을 세심히 살펴보도록 하자.

그리고 앞으로 몇 년 몇 십년을 이 분야에 종사해야 할 지 모르는데 나의 미래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상사를 만났다고 생각해보자. 변화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오래 함께하고픈 타입은 아닐 것이다. 소프트웨어는 사람이 머리로 만드는 것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의 아주 일부만이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하자. 팀원을 키우라는 이야기다.

p.s. 이 주제는 정말 오랫동안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아무리 고치고 고쳐봐도 내가 진정 하고픈 말을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겠다. 여전히 맘에 들지 않는 상태이지만.. 언제까지고 고치고만 있는 것도 지겨워서 포스팅한다.


References

  1. [나쁜 팀 문화] 시리즈 (wegra.org)
  2. 리더 vs. 매니저 (wegra.org)
Dependency Injection
Dec 7th, 2009 by Wegra Lee

Spring Framework 관련 한글책[1]을 보다가 Dependency Injection(DI)의 번역에 대한 역자주에서 생각해볼 만한 것이 있어 보충 설명 겸, 잠시 끄적여본다. DI의 개념이 아직 모호한 사람이라면 이 글을 먼저 읽어본 후 참조한 wikipedia[2]의 글을 보면 전체적인 윤곽을 잡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역자주: 종속객체 주입, 즉 DI(dependency injection)는 스프링에서 가장 기본이 되면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기존에 가장 많이 쓰이던 번역은 ‘의존성 주입’이었다. 그러나 역자가 보기에 이 번역은 ‘없는 의존성을 만들어 주입한다’는 오해를 일으키고, 이 때문에 DI의 이해가 어려웠다고 생각한다. DI는 없는 의존성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의존성은 이미 존재하되, 실제 객체가 필요로 하는 종속객체를 주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의존성 주입’보다 뜻이 명확하도록 ‘종속객체 주입’이라고 번역했다. .. (후략)

일단.. 이 역자가 잘 봤다고 말하고 싶다. DI에서 dependency를 의존성으로 번역한 것은 확실히 잘못된 것이다. UML, OOAD 등 지금까지 IT 기술 관련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모듈 간 관계를 명시하기 위해 dependency라는 용어를 사용해왔기 때문에 여기서도 습관적으로 의존성이라는 단어를 선택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단어는 문맥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DI를 직역하더라도 의존성 주입은 아니다. 오히려 위 역자가 사용한 종속객체 주입이 더욱 적절하다. 약간 아쉬운 게 있다면 DI는 object 세상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객체’라는 말은 여전히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점 정도. 범위를 제한하지 않으려면 module 정도의 추상적인 용어를 사용할 수 있겠지만, object라는 용어도 꼭 OOP에서 말하는 object로 제한되는 것은 아니니 상관없을 듯하다.

그럼 다시.. 왜 직역을 했는데도 의존성은 틀린 것일까? 이는 DI 패턴의 구조[2]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DI 패턴은 세 개의 요소로 구성된다. 적절한 한글 대용어를 찾기 어려워 대강 번역해보면 이렇다.

이 패턴은 최소 3개의 구성 요소로 이루어진다: dependent와 그의 dependencies, 그리고 injector (혹은 provider, container). Dependent 는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작업(task)을 수행해야 할 소비자(consumer)다. 작업 완료를 위해선 특정 부작업들(sub-tasks)을 수행하는 다양한 서비스(dependencies)들을 활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Injector는 dependent와 그에 필요한 dependency들을 조합해서 작업을 수행할 준비를 갖추는 컴포넌트로써, 이 객체들의 전반적인 라이프 사이클을 관리하기도 한다.

위 설명에서와 같이 DI의 dependency는 객체 간의 관계 속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실체’를 가리킨다. 그 실체를 (의미 그대로) dependent에서 주입시켜주는 것이다. 위 역자의 용어에 맞추어보면 대략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 Dependent: 의존객체
  • Dependency: 종속객체
  • Injector: 주입자
  • Dependency Injection: 종속객체 주입

이 용어들을 적용해 다시 번역해보면 아래처럼 되겠다. 깔끔하려나.. ^^

이 패턴은 최소 3개의 구성 요소로 이루어진다: 의존 객체(dependent)와 그의 종속 객체들(dependencies), 그리고 주입자(injector, provider, or container). 의존 객체는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작업을 수행해야 할 소비자다. 작업 완료를 위해선 특정 부작업들을 수행하는 다양한 서비스(종속객체)들을 활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주입자는 의존객체와 그에 필요한 종속객체들을 조합해서 작업을 수행할 준비를 갖추는 컴포넌트로써, 이 객체들의 전반적인 라이프 사이클을 관리하기도 한다.


References

  1. Spring in Action SE (Craig Walls / 장시형, 전지훈 / Manning)
  2. Dependency injection (wikipedia)
»  Substance: WordPress   »  Style: Ahren Ahim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