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
I
D
E
B
A
R
«
[나쁜 팀 문화] 너는 생각할 필요 없어. 생각은 나 혼자..
Dec 11th, 2009 by Wegra Lee

내가 최근 과제를 진행하면서 가장 불만이 많았던 문화 중 하나로, 간단히 이야기하면 소수의 누군가가 생각해서 가이드를 만들고 다수의 사람들에게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문화이다. 얼핏 생각에 괜찮은 어프로치로 생각될 수 있고, 심지어 권장되는 상황도 많다. 하지만 잘못 남발하면 부작용이 큼을 몸소 느꼈기에 주의하자는 차원에서 정리해보았다.

시작..

우리 팀은 ‘아키텍트(Architect)’라는 멋진 이름의 조직을 갖추고 있다. 이름에 걸맞게 팀내 주요 아키텍쳐적 이슈들을 논의하고 해결안을 찾아 지침을 내려준다. 팀원들도 나름 팀내에서 선별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문제가 있기는 커녕 모범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키텍트 그룹이 내놓은 가이드의 상당수가 많은 헛점을 보여왔다. 지침대로 적용을 하려던 개발자들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아 갈팡질팡하고 번복되기 일쑤였다. 아키텍트들의 결정에 대한 신뢰가 점점 떨어졌고,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최대한 늦게 적용하는게 좋다’ 라는 말까지 공공연히 오고가기도 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단순히 아키텍트들의 실력이 부족해서는 아니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나름 조명해보았다.

팀 환경/문화

팀의 아키텍트 그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데에는 수많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팀의 전반적인 상황은 지금까지 기술되었던 (그리고 앞으로 더 추가될) 모든 Bad Team Culture 시리즈[1]의 종합 선물세트라 보면 된다. 빠른 진행을 위해 간략히 요점을 정리해보았다.

우리 팀은 거의 항상 무리한 일정에 맞추기 위해 과속 주행을 해왔다. 산적한 모든 일들이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완료되어야만 한다. 그 시나리오도 실무자가 아닌 윗선에서 정한 deadline 에 기반한다. 팀 창설 이래 단 한 번도 deadline 에 맞춰본 역사가 없음에도 항시 같은 패턴이다.

거의 모든 아키텍트들의 주 업무는 사실 관리다. 이들은 대부분 서브팀의 리더들로, 자신의 서브팀 업무 처리로도 이미 숨이 벅차다. 더구나 이들은 개발 실무를 담당할 여력도 없다. 큰 그림의 아키텍처나 팀원들이 제기한 구현 상의 이슈에 대해 의사 결정은 참여하지만 직접 구현에 참여하거나 팀원들이 작성한 소스를 살펴보진 못한다.

개발자들 역시 발등에 떨어진 업무들로 다른 논의에 참여할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한다. 구현 하나만으로도 일정이 빠듯한데, 각종 요청들이 ‘가능한 빨리’ 라는 수식어와 함께 동시 다발적으로 날아온다. 코드 리뷰나 리펙토링 같은 사치스런 용어는 책속에서나 볼 수 있을 뿐이다.

다수 모듈에 적용되는 공통 가이드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논의와 충분한 공유 대신, ‘일주일 내로 모두 적용해!’ 와 같은 명령이 떨어진다. 가이드 자체도 결함 없는 완벽한 것이라는 이상적 결과를 기준으로 한다. 보완책으로 일부 모듈을 대표로 적용해보기도 하지만 서브팀 내에서의 커뮤니케이션도 부족한 상황에서 도메인이 다른 특정 모듈이 전체를 대표하리란 기대는 품지 않는 것이 좋다.

부작용과 악영향

결과는 아주 부정적이다.

‘아키텍트 = 관리자’ 이므로 논의가 계속 산으로 간다. 한국적 정서상의 문제도 있겠지만, 회의의 비효율성을 불평하면서도 둘을 분리하지 못한다. 어떤 회의에서건 두 이슈가 마구 섞여 논의되므로, 소수의 전담 아키텍트(non-관리자)는 진행 상황조차 파악하기 어려울 때도 많다. 예를 들어, 잠시 묻혀 있던 이슈를 결론짓기 위해 꺼내놓으면 ‘아! 그거 지난번 관리회의에서 x로 결정해서 a, b, c 가 진행중이야.’ 라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들려준다. 그러면서 전담 아키텍트이니 아크 이슈들을 추적 조율하라는 모순적인 요구를 한다.

팀 전체의 상황을 고루 파악하고 있는 아키텍트가 없다. 다른 서브팀의 상황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으므로, 아키텍트 회의가 소집되어도 자신의 팀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있지 않다면 잘 참석하지 않는다. 충분한 사전 조사와 깊은 논의 없이, 모인 사람만으로 쉽게쉽게 결론을 내는 경향이 생겨 추후 번복의 여지가 많다. 일부 모듈을 대표로 선정해 해결책을 검증해 보더라도, 다른 모듈에는 대대적 칼질을 요하는 경우가 많았고, 가끔은 적용 과정에서 지침을 수정해야만 하는 counter example 이 나오기도 한다.

General 아키텍트의 고뇌.. 에피소드

이러한 상황에서도 어쩔 수 없이 아키텍트로써의 일을 수행하며 개인적으로 많은 고충들을 겪었다. 다른 아키텍트들 대부분은 자신의 분야에 대해서만 직접적인 책임을 지는데 반해, 나는 어지간한 이슈들에는 다 끼어 들어가야 했다. 즉 general 아키텍트였고.. 팀에 단 한 명 뿐이었다.

그러는 와중, 여러 모듈에 걸친 가이드를 만들어야 하는 업무들이 자주 떨어졌다. 나름 최선의 안을 내보려 노력하지만, 결정 과정에서는 언제나 trade off 가 발생한다. 특히나 논의 단계에서의 실무자 참여를 배제하는 상황에서는 수많은 추측과 가정들 위에서 이리저리 저울질을 하게된다. 중간중간 상황을 공지하지만 관심을 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관심 좀 가져달라고 애원을 해야 한 두 명 답변을 준다. 실무자들을 참여시켜달라는 요청에는 그들은 시급한 다른 일로 시간이 없다는 답변만이 메아리칠 뿐이다.

어찌저찌 가이드를 만들어 공지하지만, 본격적인 일은 이 때부터다. 가이드를 만들면 매니저는 N 일 내로 가이드를 적용하라고 공지한다. 그제서야 드디어 실무자들의 피드백들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질문이 터져나오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아가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개발자들의 성향과 경험이 다양한 만큼 다양한 안들이 나올 수 있다. 대부분은 사전 고려된 안들이기어, 그들들에게 trade off 와 이러저런 상황 요소를 열심히 설명한다. 결국 논리와 양해로 설득을 한다 치더라도 가이드와는 다른 이야기들이 오고가기 시작하면 개발자들은 우왕좌왕 하기 시작하고, 정리된 하나의 안으로 재공지될 때까지 자신의 모듈에 적용하는 것을 미루려 한다. 정리되는듯 싶다가도, 늦게서야 적용하는 모듈 때문에 또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기도 한다.

묵묵히 가이드를 잘 따르는 것 역시 그리 좋지 않다. 대부분의 가이드는 이상 추구보다는 현실 수용적이다. 과제 초기라면 누가봐도 깔끔한 가이드를 제시하며 떳떳해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너무도 다르다. 수년에 걸쳐 이미 수십만 라인의 코드를 만들어놨고, 개발자들을 릴리즈 일정에 쫓기고, 다수의 레거시 모듈들을 버무려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변경량이 적고 에러 유발 가능성이 적으면서 그럭저럭 봐줄만한 절충안을 내놓을 수 밖에 없다. (싹 뜯어 고치자 하면 기획팀/매니저들이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봐도 부끄러운 가이드를 던져주면서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할 지 걱정한 적도 있다. 실력있는 사람들은 보자마자 훨씬 좋은 방법들이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그닥 좋지 않은 가이드를 익히게 만든 것이다. 결과로 만들어진 가이드 자체는 부족하더라도, 그 결론까지의 여러 대안들을 연구/분석하고 장단점을 저울질하는 과정을 함께 한다면 모두의 역량 향상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현 상황을 함께 겪고 있는 지금의 동료들은 부족함을 이해해 주겠지만, 나중에 합류한 사람들은 어떨까? 결과물만 보고 전임자의 무능함을 욕해도 딱히 비난할 수도 없다. 그리고 그 제품이 세상에 공개된다면? 이력에 적어 넣기도 부끄럽고, 공백기로 둘 수도 없는 계륵 경력이 되어버린다.

가정 자체가 틀어질 때도 있다. 한 번은 개발자들이 도메인에 익숙하지 않고 영향 범위가 제법 크다는 가정으로 2~3주에 걸쳐 좀 억지스러운 가이드를 만들었다. 첫 설명회에서 모두들 ‘우린 그런 문제 없어.’, ‘해당 사항이 거의 없으니 조금만 신경쓰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 같아.’ 라는 반응들이 것이다. 그 자리에서 바로 정석적인 방식으로 진행키로 결정하고 그에 맞게 약간의 보강 설명을 해주는 것으로 설명회를 마무리했다. 2~3주의 시간을 쓸데 없이 허비한 꼴이 되었다. ‘사전 조사해서 상황을 파악해달라’ 는 초창기 요청에는 한 두 모듈만 피드백을 주었고, 그래서  ’모듈별로 실무자들을 한 명씩만 배정해달라’는 몇 차례의 요청 역시 묵살되었던 케이스였다.

아키텍트 시절 초기에는 의욕을 불태워봤지만, 나의 개선 요구들이 매번 거절당하면서 점차 회의를 느끼게 되었다.

다시 돌아가..

이런 현상의 더 근본적인 원인은 지도층의 마인드 때문이 아닐까 싶다. 리더가 아닌 매니저(관리자) 중심[2]의 팀이라, 중장기 비전을 위한 팀원들의 역량 향상보다는 눈앞의 단기 목표 달성을 최우선시한다. 심지어 팀원 역량 개발은 관리자의 롤에서 배제시키기도 한다. 같은 맥락에서, 소수의 핵심 멤버가 의사를 결정하고 그 외의 다수는 기계적으로 구현만 하면 된다고 얘기하는 것도 가끔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윗사람들 모두가 이렇지는 않다. 어쩌면 대부분은 단지 정신없는 일정 압박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가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는 분명 위와 같이 생각하고 있고, 그들의 힘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100% 틀렸다고 얘기하는 것도 역시 아니다. 상황에 따라선 이런 어프로치가 도움이 될 때도 있다. 단발성 프로젝트라던가, 초단기로 1차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던가, 너무나도 자기 주장이 강한 독불장군들이 모인 팀이라던가, 명확한 스팩/설계의 외주 과제라던가, 누구나 인정하는 천제 아키텍트가 이끌고 있다던가 등 다양한 상황들이 떠오른다. 심지어 커뮤니케이션만 잘 이루어진다면 보통의 팀에서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어설프게 머리를 정하고 권한을 주기에 앞서 팀의 모습을 세심히 살펴보도록 하자.

그리고 앞으로 몇 년 몇 십년을 이 분야에 종사해야 할 지 모르는데 나의 미래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상사를 만났다고 생각해보자. 변화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오래 함께하고픈 타입은 아닐 것이다. 소프트웨어는 사람이 머리로 만드는 것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의 아주 일부만이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하자. 팀원을 키우라는 이야기다.

p.s. 이 주제는 정말 오랫동안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아무리 고치고 고쳐봐도 내가 진정 하고픈 말을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겠다. 여전히 맘에 들지 않는 상태이지만.. 언제까지고 고치고만 있는 것도 지겨워서 포스팅한다.


References

  1. [나쁜 팀 문화] 시리즈 (wegra.org)
  2. 리더 vs. 매니저 (wegra.org)
[나쁜 팀 문화] 유언이 되어 버리는 Lessons Learned
Nov 20th, 2009 by Wegra Lee

Lessons Learned

그간 이 팀 저 팀에서 발간(?)한 수많은 소위 Lessons Learned 라는 것을 봐온바 있다. 과제를 진행하면서 느끼고 배운 것을 정리하여 다음 과제 진행시 참고하거나 진행중인 다른 과제에서 참고할 만한 좋은 정보들이 적혀 있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것은 좋은 경험이고, 그 결과를 정리해 놓는 것 역시 권장할 만한 일이다.

문제는 그 시점이 항상 과제가 뿌러지는 등 완전히 종료되는 시점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팀 자체가 뿔뿔이 흩어지거나 축소된다. 다음에 진행할 과제도 이전 과제와 성격이 달라지기 쉽다. 얻은 것이 있어도 그것을 적용해볼 상황이 못되는 것이다.

과연 이전 과제에서 깨우친 것들이 새로운 과제 새로운 팀에서 제대로 먹혀들 수 있을까? 시행착오를 거쳐보지 않은 새 팀 멤버들이 가슴 깊이 공감하고 따라줄 것인가? 배경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처방이 여전히 유효할까? 내가 얻은 결론은 정말 더 나은 개선책인가? 아니면 단지 ‘다음엔 이렇게 해봐야지’ 정도인가? 검증되지 않았고 경험해보지도 못한 방법을 새 팀 새 과제에서 시험해볼 용기는 있는가?

위와 같은 고민들도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는 윗사람들에게 해당하는 것이지, 중간 이하의 힘없는 관리자나 실무자들은 새로운 리더가 시키는데로 그냥 따를 수 밖에 없는 것이 또 현실이다.

결국 이런 식의 Lessons Learned 는 읽을 거리나 유언장 이상의 실질적 가치를 갖지 못한다.

Retrospective

Retrospective 는 Lessons Learned 의 Agile 식 표현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차이를 안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Agile 이 강조하는 iterative, responsive, incremental 같은 속성을 Lessons Learned 에 부여해보자. 짧은 간격으로 주기적으로 회고하며(iterative), 현 시점에 필요한 이슈에 대한 개선안 만들어 다음 개발 주기에 적용해보아 좋은 것을 취하고 잘못된 것은 버리거나 다른 안을 찾아본다(responsive). 팀은 과제가 진행될 수록 조금씩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 간다(incremental).

이미 끝나버린 과거에 대한 무책임한 회상록이 아닌, 지금 살아서 꿈틀대는 과제에 대한 진중한 고민을 경험해볼 수 있다. 바로 그 시점에 팀원들 스스로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이슈들이 다뤄지고 합의된 개선책을 시행한다는 점에서 참여율이 높아지고, 높은 성공 확률은 덤으로 얻게된다. 혹 실패한다면 바로 다음 회고 때 그 원인과 또 다른 개선안을 찾게될 것이다. 시행착오를 통해 더 많은 경험을 얻게되고,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요소들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넓고 세심해진 시야는 다른 문제에 직면했을 때도 좀 더 빠르게 더 효과적인 개선안을 찾게 도와준다. 반면 Lessons Learned 방식에서는 실패한 처음 안만이 남겨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회고가 거듭될 수록 팀의 생산성이 향상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Barriers and Ways to Overcome

다 좋고 완벽해 보이는 회고도 무턱대고 적용하려 하면 말처럼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내가 지금까지 발견한 중요 요인은 3 가지 이다.

첫째, 일정에 쫓겨서 회고에 할애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이런 답변을 많이 들었는데,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이 아니라 회고의 효과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거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을 꺼리는 보수적 마인드의 팀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엔 분위기 조성을 위한 물밑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말이 통하고 깨어있는 사람들이라면 직접적인 대화로 돌파할 수 있겠다. 뜻이 맞는 팀원이 소수라도 존재한다면 솔선수범해서 더 나아지는 모습을 직접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상황이 다양한 만큼 방법도 다양할 터이니 숙고해서 도전해보자. 단, 상대를 공격하는 것은 확실한 실패 방법이니 절대 피하길 바란다.

참고로 회고에 필요한 시간은 보통 2~4주에 1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물론 처음 시작할 때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지만 두세번만 해보면 익숙해지고 소요 시간도 줄어든다.

둘째, 팀원들의 참여가 저조하다.

기껏 회고를 해보자는 허락을 받았는데, 정작 모인 사람들이 꿀먹은 벙어리 마냥 침묵으로 일관한다. 회고를 처음 시도하는 조직에서는 대부분 겪게 되는 인기 코스일 것이다. 그들이 침묵하는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무슨 얘길 하면 되는거지? 예제 같은 거 없나? 얘기한다고 정말 개선해 주나? 말 꺼내면 나보고 꺼낸 사람이 하라고 하겠지? 불평하면 괜시리 밉보일 거야.. 등등.

이런 우려를 해소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려면 맛을 보여줘야 한다. 사소한 것부터라도 정말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첫 회의에서 아무런 아이디어가 없을 것을 대비해 문제점과 개선안까지 몇 가지를 준비해둔다. 뜻이 맞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역할극을 해보는 것도 좋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분위기를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개선안이 없더라도 불편한 사항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하고, 그에 대해 반박을 하거나 방어적인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Brain storming 방식으로  문제들을 나열하고 중요도와 시급성, 파급 효과 등을 생각해 이슈를 선별해서 개선안을 모색해보자.

셋째, 팀에 부여된 권한이 너무 작다.

열심히 분위기 잡고 멋진 개선안들도 마련했다. 그런데 그 개선안들이 우리힘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니라면? 운영부서는 돈 들어가는 일은 절대 허락을 안해주고, 보안 부서는 개발자 편의성은 절대악으로 규정짓고, 프로세스 팀은 표준 프로세스에 어긋난 어떠한 시도도 용납하지 않고, 기획/마케팅 부서는 자신들이 바라는 모든 기능을 역시 자신들이 정한 시한까지 완수해야 한다고 못박고,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과 개발진도는 정비례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임원이 군림하고 있다면?

회고는 불평불만을 토로하고 남들 뒷담화가 남무하는 장이 되던가, 소꼽장난하듯 사소한 문제들만 다뤄지는 비중없는 시간으로 전락할 것이다. 물론 작은 개선들이 차곡히 쌓여 큰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고, 공동의 적을 향한 불평불만과 뒷담화는 팀원들을 단합시켜주는 효과도 있기는 하다. ^^

모든 것을 통틀어 가장 큰 장벽으로, 딱히 뾰족한 해결책도 없다. 때마침 임원 인사가 단행되어 깨어 있는 사람으로 교체되던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아주 권위 있는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하지만 모두 다 운에 기대는 것이고.. 리더나 팀원들이 몸소 나서서 설득하고 싸우는 적극적 쟁취 방법도 물론 있다. 하지만 생태계에서 식물 급으로 취급되는 힘없는 개발팀이 얻어낼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을 것이다.


References

  1. Retrospectives by RTC dev. teams
  2. Agile Retrospective – Lessons Learned
[나쁜 팀 문화] 점진적 지연
Nov 19th, 2009 by Wegra Lee

점진적 지연이란 아주 짧은 간격으로 릴리스 날짜를 조금씩 미루는 행태를 뜻한다. 일단 릴리스를 시도해보고, 안되면 조금  (보통 1~3일) 미룬 후 다시 시도한다. 역시 잘 안되면 또 다시 미룬 후 시도한다. 이렇게 릴리스가 될 때까지 무한 반복하는 릴리스 관리 방식이다.

사례

내가 경험해본 최악의 상황은 이러했다. 원래의 릴리스 목표일은 금요일이다. 금요일이 되어서 시도를 해보았으나, 도저히 릴리스할 만큼의 품질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월요일로 목표를 바꾼다. 월요일에도 역시 원하는 품질에 도달하지 못했다. 다음날 다시 한 번 시도해보기로 한다. 마찬가지로 실패했다. 이와 늦은거 금요일로 다시 미룬다. 금요일도 여전히 실패.. 토요일..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월요일.. 화요일.. 토요일.. ..

이런 식으로 가장 길게는 6주간 계속 릴리스만 한 경우도 있었다. 릴리스가 이렇게 한달 가량 지연되면 당연히 다음 릴리스에 일정에 지장을 주게 된다.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데 필요한 최소 시간이 있으므로 차례차례로 전체 일정이 연기된다. 하지만 다음 릴리스 시점에 와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역시 또 몇 주의 지연이 발생한다. 그래서 ‘릴리스가 끝나면 (다음) 릴리스 일정이 바뀐다’, ‘릴리스가 되는 날이 릴리스 날이다 (역: 릴리스 날에 릴리스를 한다)’ 라는 말까지 하게 되었다.

위의 경우는 continuous integration (CI) 도 도입되지 않은 열악한 환경에서의 상황이었고(도입을 요구했지만 관심 갖는 사람이 없었음), 그 후 CI 가 도입되면서 상황은 많이 호전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제 때 릴리스 되는 경우는 전무했고.. 심한 경우 3주가 밀리기도 했다. 금요일 릴리스를 (주말을 열심히 일해서) 그 다음주 월요일 저녁에 할 수 있다면 대단히 이례적인 성공이 케이스가 될 정도였다.

악효과

Incremental Delay 가 팀 문화처럼 정착되면서 다음과 같은 부작용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팀원들은 윗선에서 정한 릴리스 날짜(deadline)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게 되었다. 한 차례도 성공적으로 릴리스한 경험이 없으며, 릴리스가 연기되어도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음이 학습되었기 때문이다. 꼭 지켜져야하는 중요한 릴리스라 강조해도 마음속으론 ‘어짜피 안될걸..’이란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된다.

서브팀별 개발 일정이 꼬이기 시작한다. 팀별로 이터레이션(iteration) 주어진 일의 양이나 생산성, 예측 정확성 등의 차이가 생겨 발생하는 현상으로.. 일부 팀은 일정에 맞춰 일을 끝내놓고 다음 릴리스를 위해 할 일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곧 될 듯 말 듯 하면서 릴리스는 기약없이 지연된다. 처음엔 2~3일 후면 될 거라 기대하고 잠시 쉬던 것이 하루 이틀씩 밀리면서 결국 이 주 삼 주 동안 제대로 진행할 수 없게 된다. 이런 경험이 잦아지면서 일부에선 중간중간에 변경된 코드를 밀어 넣는다. 다음 릴리스를 위한 개발 코드 브랜치와 (지연중인) 릴리스 브랜치 간에 코드 격차가 심해져, 개발 브랜치에서 해결된 문제를 릴리스 브랜치에 반영하는데 한참을 씨름하기도 한다.

윗선도 계속되는 릴리스 관련회의로 시간을 낭비하기는 마찬가지다. 현황을 파악하고, 얼마나 더 지연시킬 지 정하고, 지연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왕 지연된 것 미리 구현된 간단한 기능을 포함시킬 지 논의하고.. 자료를 준비해 더 윗선이나 마케팅, 기획, 운영(예산) 팀 등과도 계속 조율을 해야 한다.
야근과 주말 근무가 늘어난다. 일주일 단위로만 지연시켜도 호흡 조절과 재충전이 가능하겠으나, 지연 단위가 보통 1~3일 정도이고, 특히나 금요일 일정은 반드시 토/일/월로 지연된다.

고찰

무엇하나 좋을 게 없는 이런 비합리적 문화가 왜 개선되지 않는 것일까?

이런 현상이 반복되고 있음은 윗선에서 과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확실한 반증이다. 릴리스를 하기 위해 해야할 일이 얼마만큼 남아 있는지 도통 감이 없다. 개발자들의 생산성과 문제 해결능력에 대한 어떠한 정량적/경험적 데이터도 갖춰져 있지 못하다. 개발자 각각이 지금 무슨 일들로 얼만큼의 로드가 걸려있는지도 잘 파악이 안되고 있다.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얼마만큼의 노력이 들어가야 하는지도 역시 감이 없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문제들은 또 얼마나 될 지 역시 예상하기 어렵다. 결국 위에서 할 수 있는 말은 보통 ‘언제까지 이 문제들을 해결해라’ 정도에서 그친다.

제품의 설계나 코드의 품질이 크게 떨어지거나, 다뤄야할 대상을 개발자들의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경우 사태는 더 심각해진다. 분석하고 수정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예측하기 힘들고, 수정시 부작용(side-effect)이 따를 가능성이 높다. 동작 여부만이 아니라 코드의 품질을 챙기는 개발 문화를 조성해야 하고, 서로 간의 잦은 리뷰를 통해 다른 팀원들과 개발 패턴, 노하우 등을 공유해야 한다.

관련 개발팀간 커뮤니케이션 효율성도 큰 영향을 미친다. 심한 경우는 핵심 모듈을 전혀 다른 팀에서 관리하고 있고, 우리 과제를 지원하는 것은 그 팀의 최우선 역할이 아닐 때이다(실제로 자주 접해보았다). 유관 팀들이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고, 원격지에선 문제를 재현하기 어려울 때도 마찬가지.. 어떠한 경우건 커뮤니케이션 지연은 일의 진행 속도를 현저히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 된다. 과제를 기획하고 팀을 조직할 때 그 과제와 팀이 적시에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조직 구성을 바꿔 같은 명령 계통 내로 흡수할 필요도 있다.

미흡한 인프라에 의한 불확실성도 크다. 기본적인 테스트 자동화 시스템도 갖추지 못해 매번 개발자들이 수동으로 테스트하는 것도 많이 보아왔다. 나름 도입한 continuous integration 이 기껏 빌드만 해주고 기본적인 unit test 도 수행하지 못한는 경우를 상상해보자. 내가 경험한 어떤 팀은 unit test 를 CI 에 통합해달라는 요청을 한 지 1년이 넘도록 반영하지 못했다. 다른 자동화는 물론 말할 것도 없었다. 과제 규모가 커질 수록 그에 걸맞게 인프라 효율성에도 투자를 해야한다. 발등에 떨어진 일정에만 쫒겨 제때 투자를 못하면 일을 해야할 정작 개발자들의 시간을 어먼 곳에 낭비하게 만든다.

개발 문화와 생산성 향상, 효율성, 팀웍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위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언제 릴리스 되는가이다. 어떤 때는 그것 외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곤 한다. 일벌레인 사람들이 지배하는 조직에서 더 심한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종종 일찍 퇴근하고 싶어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발언을 듣기도 한다. 아무래도 사람은 자신의 기준에서 남을 이해하는 성향이 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사람(뿐 아니라 모든 생물)은 기계와 달리 충분한 휴식 없이는 높은 집중력과 생산성을 유지할 수 없음을 주지시켜야 한다.

[나쁜 팀 문화] 마법을 보여줘
Nov 5th, 2009 by Wegra Lee

[나쁜 팀 문화] 시리즈를 더 진행하기 앞서 이 주제를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너라고 뾰족한 수 있어?’, ‘그게 말처럼 쉽냐?’ 와 같은 공격에 대한 내 나름의 답변이 될 것이다.

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안을 제시했을 때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흔한 반응들은 이렇다.

  • 그게 아니라 말이지.. (뜨끔하여 방어적 태도를 보임.)
  • 이런 경우엔 그 개선안도 단점이 있잖아? (꼬투리 잡기.)
  • 미안하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네. (내 권한 밖 & 나도 피해자.)
  • 좋은 의견이지만 더 급한 이슈들이 많아. 나중에 생각해보자. (과제가 종료되기 전에는 절대 시간이 나지 않음.)
  • 괜찮은 거 같군. 자네가 인프라 세팅부터 이것저것 시도해본 후 가이드를 주게. (난 아무것도 하지 않겠네.) 단, 하던 일에 지장을 주면 안되겠지? (야근을 하건 밤을 새건, 자네 개인 시간을 활용해서 하게나.)
  • 그래도 xxx 보다는 낫잖아(혹은, 남들도 다 그렇게 해). 긍적적으로 생각해. (자기 위안. 현실 안주.)
  • 우리만 바꾼다고 되는게 아니야. 남들도 다 한다고 하면 나도 동참하자. (내가 총대 멜 필요는 없겠지.)
  • 무관심. (신경쓸 겨를 없음. Or 제 또 저러네. 일이나 열심히 해라.)

너무 자주, 그리고 공격적인 어투로 문제를 제기하면 이런 반응도 얻을 수 있다.

  • 자넨 매사에 너무 부정적이야.
  • 팀내 위화감 조성하지 말자. 팀웍을 깨는 짓이야.

위 답변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렇다!! 하나하나 나름의 일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갖가지 저마다의 견고한 방어책들로 무장한 사람들 모두를 단숨에 사로잡을 수 있는 화려하고 강력한 마법을 부리지 못하는한 팀은 복지부동.. 똑같은 불합리함과 불만들을 그대로 간직한 체 그냥저냥 또 시간이 흘러간다.

종종 제안이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아래와 같은 케이스들이다.

  • 해결하려는 문제가 국지적이다. (일부 사람만 적응하면 되고, 변경량이 적다.)
  • 기존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체 효율성만 높인다. (여전히 기존 틀 안에 있다.)
  • 일부 프로세스를 자동화한다. (난 가만히 있고, 할 일은 줄어든다.)
  • 정말 개인 시간 희생해서 인프라부터 친절한 가이드까지 다 해주었다. (난 가만히 있어도 된다.)

종합해보면, 수동적이고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개선들이다. 이나마도 개선되는 것이 다행이긴 한데.. 문제는 이렇게 해결할 수 있는 이슈들은 제한적이며, 개선 속도도 느리고, 무엇보다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변화는 이끌어낼 수 없다. 그리고 근본적인 변화가 수반되지 않은 지협적 개선은 오히려 비효율을 증가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갱신된 문서 내용이 잘 공유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Wiki 를 도입하면서 기존의 문서 관리 체제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면, 팀원들은 이중으로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또 싱크를 맞춰줘야 한다. 개선의 효과를 잘 보지 못하고, 그런 경험이 쌓여갈 수록 사람들은 개선에 대한 신뢰를 잃고, 변화를 거부하게 된다.

서론이 길었는데.. 그럼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팀 문화를 개선하고 팀웍을 향상시키고 생산성을 높이는.. 하루 아침에 짠! 하고 모든 걸 바꿔줄 수 있는 마법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이다. 긴 기간에 걸쳐 희생을 감내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이겨내야 한다.

팀은 항시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공부하고 주변을 살피고 서로 논의해야 한다.

물론 리더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오픈된 마인드를 가지고 팀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스스로 솔선수범해야 한다. 변화가 요구되면 장기간에 걸쳐 분위기를 조성하고, 필요하면 컨설팅이나 교육을 병행한다. 팀원들이 눈앞의 업무에만 목매에 시야가 갖혀 있지 않은지 살피자. 그리고 서로 간의 지식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즐거움을 잃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업무적으로도 협력하여 개발하는 문화를 조성하자. 코드 리뷰, 페어 프로그래밍, 일일 스크럼, 서로의 테스트 케이스 제작.. 방법은 수없이 많다. 또한 잘하고 있는 것과 개선이 필요한 것은 무엇이 있는지 주기적으로 되돌아보자.

이런 일련의 작업들은 팀을 ‘주변의 자극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유기체‘로 만들어준다. 변화의 필요성이 감지되면 전체가 똘똘 뭉쳐서 함께 헤쳐나간다. 누군가 변화의 방향이 잘못되었음을 감지하면 즉시 공유되어 괘도를 바로 잡는다. 모두가 서로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더 많은 노력과 희생이 요구되는 사람들을 충분히 배려해주고 그 결과를 보상해준다. 팀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적응하고 진화해나갈 수 있는 생명체가 된 것이다.

마법을 보여달라면, 난 이것을 마법이라 얘기하겠다. 너 따로 나 따로.. 울타리만 둘러둔 콩가루 팀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변화와 활기를 몸소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나쁜 팀 문화] 가능한 한 많은 일을 병렬로
Oct 30th, 2009 by Wegra Lee

[나쁜 팀 문화] 시리즈.. 두 번째..

As Many Tasks As Possible in Parallel (AMTAPP) 는 문장 그대로 가능한 많은 태스크들을 동시에 진행시키는 프로젝트 관리 방식을 말한다. 훌륭한 프로젝트 관리 가이드와는 전면으로 배치되는 정책으로, 특히 Kanban [1][2] 에서는 철저히 경계하고 있다.

이 방식은 현재 내가 속한 팀뿐 아니라 우리 회사의 전형적인 프로젝트 관리 방식이다. 프로젝트가 이렇게 진행될 수 밖에 없는 원인을 몇 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유추해 보았다.

  1. 프로젝트는 거의 완벽히 블랙 박스에 가려진체 진행된다. 외부인이 실시간으로 과제의 정확한 진행 상태를 확인할 길이 없다. 물론 내부 팀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프로젝트 투명성에 대한 글은 [3] 를 참조하기 바란다.
  2. 프로젝트 생존을 위한 사내 경쟁이 심하다.
    1. 따라서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해야지만 프로젝트가 생존할 수 있다. 다른 팀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므로, 서로 자신의 역량 이상으로 최대한 부풀려 홍보한다. 1번 – 프로젝트 투명성 부족 문제로, 과제가 마무리 되거나 팀에서 알아서 중간 결과를 보여주기 전에는 꾸며진 보고 자료만이 프로젝트 평가를 위한 근거의 전부이다. 중간 결과 발표 시에도 잘 되는 시나리오 중심으로만 보여주므로 역시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다.
    2. ‘나중에 할 것이다’ 보다는 ‘이미 진행 중이다’ 가 더 그럴싸하게 들린다.
  3. Big bang 릴리즈 방식을 취한다. Incremental release (iterative development) 에 대한 경험과 인식이 부족하다. 충분히 안정화된 제품은 릴리즈 이전에는 결코 접해볼 수 없다. 오히려 패치 없이도 쓸만한 릴리즈를 하는 것 자체가 희귀한 경험에 해당한다.
  4.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의 납기 지연은 당연한 것이라 받아들이다. 2-1 역량 이상으로 부풀려 이야기하기의 좋은 방어책이 된다. 납기를 중요시 하지만 납기에 늦었다 해서 프로젝트가 당장 부러지는 일은 드물다. 그간 투자한 것도 있으니 계속해서 가능성을 보여주기만 하면 프로젝트는 생존할 수 있다.
  5. 메니저들은 보통 개발 실무를 하지 않는다. 실제 일할 사람 수가 줄어드는 효과를 내는데.. 우리팀의 경우 약 1/5 정도가 개발 실무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나열하면 끝이 없겠으나.. 간략히 두 가지로 요약해보면.. 역량 이상의 일을 따냈고, 그래도 다 하고 있음을 강조해야 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일할 사람 수보다 당장 해야할 태스크 수가 더 많은 상황에 처한다. 하나의 태스크에 둘 이상이 달라붙는 것은 사치스러운 짓이다.

그럼 AMTAPP 방식의 폐단은 무엇일까?

가장 큰 문제로 개발자 간의 의사소통이 단절을 뽑겠다. 내가 하는 일과 옆의 팀원이 하는 일은 관계가 거의 없다. 풀어야할 문제가 다르고 서로 코드를 봐줄 일도 없다. 어려움에 봉착해도 상의할 사람도 없고, 일부러건 몰라서건 대충 만들어 놓아도 당작 동작만 하면 아무도 알지 못한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품질이야 어떻든, 동작만 하면 관리자는 만족해한다. 또한 노하우가 공유되지 않아, 못하는 사람은 계속 못하고, 잘하는 사람의 발전도 더디다.

다음으로는 집중력 저하를 들겠다. 소프트웨어는 순전히 개발자의 사고에 의해 만들어지는지라, 소프트웨어 개발직은 다른 무엇과 비교해서도 고도의 집중력을 가장 요하는  직업 중 하나이다. 불행히도 신은 사람의 두뇌를 멀티 태스킹용으로 설계하지 않았다.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을 생각하는 것은 어림도 없고, 심지어 하나 하나 번갈아 처리하는 능력 역시 상당히 떨어진다. 일을 바꿔 집중력 끌어 올리기까지는 수분에서 십수분 이상이 필요하다 – 정확한 수치를 Peopleware [4] 에서 본 듯 하나, 지금은찾아보기  귀찮다 :-)

하이라이트는 다른 사람들의 태스크를 만들어내는 태스크를 할당받은 사람들이다. 이들이 일을 열심히 할 수록 다른 팀원들 수십명의 일거리가 눈더미 처럼 불어나 버린다. 코딩하고 결함 잡기도 벅찬 와중에, 문서 고쳐라, 새로운 툴체인 적용해라, 디렉토리 구조 바꿔라, 여기 새 이디엄이 있으니 적용해라, 방금 나온 따끈따끈한 바이너리 당장 테스트해서 보고해라, 보고용 자료 좀 준비해와라, 이것 보고 커맨트 좀 달라 등등 수많은 요청이 쏟아진다. 프로젝트를 이런 식으로 이끌면서 품질은 개발자의 자존심이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면 울컥하지 않을 수 없다.


References

  1. Kanban (wikipedia)
  2. One day in Kanban land
  3. 프로젝트 투명성
  4. Peopleware by Tom DeMarco and Timothy Lister
[나쁜 팀 문화] 데드라인 주도 개발(Deadline-Driven Development)
Oct 29th, 2009 by Wegra Lee

꾀 오래 전부터 재미삼아 정리해보던 주제인데.. 오늘은 실사례를 하나 들어보려 한다.

최근 팀 내에 돌아다니는 메일을 보면 모든 일정이 deadline 부터 역으로 만들어진다.

위로부터 하달되는 메일들의 전형적인 흐름은 ‘릴리즈 날짜가 언제이고, A/B/C 를 포함시키기로 하였는데, B 를 하려면 최소 n 일은 필요하니 오늘중으로 x, y, z 를 꼭!!! 끝내라’ 이다. ‘할 수 있겠나?’ 라는 질문은 한 마디도 없다. 무조건 하지 않으면 deadline 을 맞출 수 없게되고.. 그건은 절대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deadline 을 제대로 지켜본 적은 없다는 사실은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물론 이것이 팀의 생산성과 개발자들의 현재 업무 부하량이 잘 반영된 합리적인 요청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다. 이런 요청이 한 사람으로부터 일괄되게 하달된다면 역시 양호한 편이라 생각한다. 지금 자판을 두드리는 이유는? 당연히 우리 팀은 이와 거리가 멀음을 의미한다. 멀어도 너무 멀다.

정량적인 생산성 측정은 전혀 시도조차 해본 적 없고, 개발자들의 현 업무량도 전혀 알 수 없다. 요청도 여러 사람에 의해 산발적으로 하달된다. 최우선으로 처리해달라는 요청이 심할 땐 하루에도 몇 번씩 날아오니, 개발자들은 자신의 하루 일과를 스케줄링하는 것 조차 쉽지 않다.

또한 ‘이번 릴리즈는 목표는 토요일 저녁이다’, ’릴리즈가 저녁 x 시쯤 될 예정이니 개발자들은 퇴근하지 말고 대기하라’와 같은 메일도 자주 접하고 있다. ‘늦은 저녁(혹은 주말)까지 일을 시켜서 미안하다’ 라는 사과의 말은 전혀 없다. 야근과 주말 근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인지, 모두 똑같이 일하고 있으니 미안할 게 없다는 뜻인지,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선 개인 생활을 희생하는 것이 프로답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이심전심으로 다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간 여러 차례에 걸쳐 검증된 프로세스와 툴 등을 소개하고 마인드 변화를 촉구해보기도 하였으나 이러저런 이유들도 팀의 이런 개발 문화는 꿈쩍도 안하고 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엔 deadline 이 너무 촉박해서일지.. 단순히 게을러서인지.. 배우는 재미를 잊어버렸을 만큼 심신이 지쳐버린 것인지.. 개개인의 속내야 알 수 없지만, 이들이 모여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뒤는 커녕 옆도 돌아보지 않고 코앞의 목표만 향해 달리는 보수적인 집단을 만들어 냈다.

Deadline-Driven Development (DDD) 의 전형적인 모습을 내가 속한 팀에서 보고 있으니 답답한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다.


References

  1. Origin of DDD
  2. More refined (but still in draft) version of DDD
리더 vs. 매니저
Oct 5th, 2009 by Wegra Lee

내가 생각하는 리더와 매니저의 차이이다.

리더

  1. 팀원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 과제를 성공하게 만든다.
  2. 팀원들이 겪고 있는 난제를 파악하여 해결해준다.
  3.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여 팀원들이 자신을 보고 배울수 있게 한다.
  4. 일하는 방식, 일 분배 등에 있어 항시 팀원의 역량 향상을 고려한다.
  5. 가능한 일정과 그 이유를 개발자에게 묻고, 더 빨리/효율적으로 끝낼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함께 상의한다.

매니저

  1. 과제를 성공시키기 위해 팀원들을 조직/관리한다.
  2. 팀원들에게 일을 분배하고 해결토록 한다.
  3. 관리자가 하는 일과 팀원이 하는 일을 구분짓는다.
  4. 필요한 일에 가장 적합한 역량을 보유한 팀원에게 해당 일을 맡긴다.
    (개인의 역량 향상은 개인의 몫이다.)
  5. 촉박한 일정을 주고 기간내에 끝내라고 압박한다.

또 무엇이 있을까.. 생각날 때마다 천천히 업데이트 해야겠다.

하루 빨리 매니저가 줄고 리더가 많아진 세상에서 개발자들이 일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그를 위해선 현재의 개발자들이 매니저가 아닌 리더로써의 자신을 만들어가겠다는 마음 가짐을 잊지 말고 성취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애자일 아키텍처 원칙
Aug 28th, 2009 by Wegra Lee

볼만한 아티클이 있어서 소개한다. 사이트 가입이 필요하지만 좋은 글들을 소개해주는 메일이 종종 날아오는 것 정도라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도움이 될 거다.

Principles of Agile Architecture (Click Here)

주제는 제목이 잘 설명해주고 있다. 애자일 방법론이 엔터프라이즈 시장까지 급속히 번져감에 따라 대규모 프로젝트에 적합한 애자일 아키텍쳐링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하는 글이다. 내용을 자세히 다루고 싶지만, 해당 사이트의 라이선스 정책을 정확히 몰라 간략히 소개만 하겠다. (읽어보았는데 번역에 대한 명시적 언급은 없고, 승인을 위한 컨텍 주소가 있지만 귀찮다 ㅎ)

이 글에서 제시하는 원칙은 아래의 7가지이다. 자세한 설명은 직접 글을 읽어보자. ^^ (주변인 중 사이트 가입이 내키지 않는 사람에게는 프린트해서 드리죠. ㅎ)

  1. The teams that code the system design the system.
  2. Build the simplest architecture that can possible work.
  3. When in doubt, code it out.
  4. They build it, they test it.
  5. The bigger the system, the longer the runway.
  6. System architecture is a role collaboration.
  7. There is no monopoly on innovation.

맛을 보여 드리기 위해 일부만 발췌해 보았다.

1. The teams that code the system design the system.

Responsibility and accountability in the pre- and post-Agile world

Scrum 에서 이야기하는 Self Organization(자기 조직화) 와 연관해서 생각해봐도 좋을 것이다. 왜 애자일 팀이 기존 팀 대비 훨씬 능동적이고 활기 넘치고, 또 발전할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한 이유를 잘 정리해놓은 표이다.

6. System architecture is a role collaboration.

1번 원칙에서 이야기한 것 처럼 설계에 대한 기본적인 권한과 책임은 이를 구현하는 팀에게 있지만, 엔터프라이즈 레벨의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각각의 팀에게 모든 것을 맡겨 놓는 것도 그리 이상적이진 않다. 그래서 능력있는 전문 아키텍트나 멀리서 조망하며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팀도 필요해진다. 그렇지만 여전히 어느 한 팀이나 특정인에게 모든 권한이 위임되지는 않는다. 아래 그림에서 묘사한 것처럼 조직의 여러 팀과 전문가들의 협력에 의해 전체 시스템 아키텍쳐가 발전해나가야 한다.

Systems architecture is a role collaboration

7. There is no monopoly on innovation.

혁신은 한 번에 일어나지 않는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되는데.. 아래는 Rally Software Development 에서 수행해온 방식이라는데 마지막의 hackathon 이 아주 흥미롭다.

Standard release cycle of RSD

Hackathon 의 개념과 기원은 Wikipedia 에 잘 설명되어 있으니 참조하길 바라고 (Click Here), 위의 그림과 연관하여 간략히 설명하면 이렇다. 마지막 한 주 간은, 회사의 미션과 연관된 것이라면, 개발팀 누구나 자신이 관심있는 어떤 주제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탐구할 권한이 주어진다. 이런 기회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사고의 폭을 넓혀가면서 차곡차곡 혁신을 이끌어낼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구글의 20% 원칙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겠다.

프로젝트 투명성
Aug 23rd, 2009 by Wegra Lee

나는 대기업에서도 상당히 큰 규모의 과제에 몸담고 있다. 연관된 내/외부 팀원만 하더라도 족히 5백은 넘을 듯 하고, 그 중 직간접적으로 내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는 백여명 정도 될 듯 싶다. 이런 규모의 과제를 진행하다보니 프로젝트 투명성의 중요성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여기서의 프로젝트 투명성이란 프로젝트 계획, 세부 태스크, 진척도, 히스토리,  위험 요소, 가용 자원 현황 등 프로젝트 진행과 관련된 중요 정보들에 관련자들이 실시간으로 얼마나 쉽고 정확하게 접근할 수 있는가를 말한다.

우리팀의 수직적 계층을 대략적으로 구분해보면 ‘개발자, 중간 관리자, 상위 관리자, 경영진’ 정도로 나뉘는 듯 하다. 수평적으로는 협력 팀과 경쟁 팀이 있고, 경쟁 팀들의 수직적 구조는 우리 팀과 대동소이하다. 이러한 거대 조직에서 프로젝트 투명성을 제대로 지원해주는 어떠한 인프라도 갖춰져 있지 않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우리의 예를 일반화시켜 적어보겠다.

실시간 정보 공유가 어려우므로, 개발자는 중간 관리자에게 한 주 정도 간격으로 진행 상황을 보고한다. 하지만 이 때 기입되는 태스크들의 의미를 전체 프로젝트의 관점과 연관시켜주는 인프라가 없다. 무언가 많은 일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같으나 그것의 의미는 잡아내기 쉽지 않다. 중요하지 않거나 계획에도 없던 일에 과도한 시간을 투자하거나, 반대로 아주 시급한 일과 직결된 이슈 사항이 주목 받지 못하고 묻혀버리는 일이 허다하다. 진도가 계획 대비 얼마나 충실히 나아가고 있는지, 그래서 예정된 마일스톤에 납기가 가능할 지와 같은 정작 중요한 정보는 거의 포함되지 못한다.

중간 관리자와 상위 관리자도 보통 주 단위의 미팅을 갖는다. 개발자들로부터 받은 보고를 정리해서 공유하고 전체 일정 대비 점검하거나 큰 이슈들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루어진다. 개발자의 보고 내용이 필터링 되는 것은 오히려 작은 문제이고.. 더 큰 우려 사항은 앞서 이야기한 ‘중요한 정보를 얼마나 잘 캐취해 냈는가’이다. 중간 관리자가 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중요치 않은 일이 부각되고 그 후속 조치로써 더 중요한 일에 투입할 시간마져 갉아먹게 된다.

이 단계에서의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가용 리소스와 각 태스크별 요구되는 리소스량에 대한 신뢰할 만한 데이터 없이 매니저들의 감과 욕심(혹은 바람)에 의존해 일이 계획된다는 점이다. 실무자가 보기엔 현재 할당된 일만으로도 일정 지연이 뻔한 상황에서도 새로운 태스크들이 추가된다. 요구 일정에 맞추려면 실무자는 결국 대충 진행할 수 밖에 없다. 그 때 그 때 지뢰를 하나씩 매설해놓고, 제품은 점차 건드리기조처 겁이 나는 지뢰밭이 되어 간다. 심지어 기존 기능을 변경할 시에도 감히 현 코드를 수정하지 못하고 편접적인 방법으로 살짝 덧씌운다.

상위 관리자는 협력 팀이나 경영진들과 미팅을 갖고, 그 주기나 형태는 어떤 주제로 누구와 맞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전까지의 논의가 주로 기술과 일정에 대한 것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기술은 쏙 빠지고 비즈니스 임팩트와 내/외부 경쟁에 대한 것들에 초점이 맞춰진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 상황에 따라 과제 방향이 확 틀어질 수도 있고, 경쟁에서 너무 밀릴 것 같으면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는다. 이런 상황이 상급 관리자들을 방어적으로 만든다. 거짓말이 되지 않도록 신경쓰면서 문제를 최대한 숨기고, 작은 장점을 크게 부풀리고, 묘한 가정을 설정하거나 자신들에게 유리한 데이터를 추려 인용한다. 예를 들면, 여러가지 임시 방편과 제한된 시나리오로 간신히 데모 정도 돌리는 수준에서 마치 다 마무리 되어가는 듯 보고가 되고, 그 결과 추가적인 일거리가 생기고 과제 규모도 커져버리는 식이다. 추가된 업무에 허락된 리소스는 당연히 지금까지 잘 된(것처럼 보고된) 생산성에 맞춰져 있다. 일을 받는 입장에서 현실적인 리소스를 요구할 수 없는 것이, 앞으로는 자신의 팀원들의 생산성이 훨씬 떨어질 것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펴거나 현재의 상황을 인실직고해야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 문제에 대해 상급 관리자가 파악하고 있는 수준 역시 현실과는 꾀 거리가 있게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부정확한 데이터에 기반해 엄청난 예산을 낭비하고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체제에서는 개발자들의 실력도 늘지 않아 경쟁에서 점차 뒤쳐질 수 밖에 없다. 좋은 개발자들은 기회가 되면 조직에서 벗어나려 할 것이다. 그 외의 악순환 얘기까지는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투명한 프로젝트의 장점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 두 가지라고 생각된다.

첫 째, 여러 단계에 걸친 보고 과정에서 낭비되는 고급 인력의 시간을 실무적인 문제 해결로 돌릴 수 있다. 어떤 정보를 공개할 지, 어느 정도로 포장을 해야할 지, 유리한 데이터는 무엇이 있을 지, 경쟁자보다 우월해 보이려면 다소 무리해서라도 어떤 기능을 더 넣어야 할 지 등을 찾고 고심하는대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한 구글 직원의 블로그에서는 자신들의 리더는 약 20% 의 리소스만을 관리에 쓰고 나머지는 같이 개발을 한다고 하였다. 반면 비효율적인 기업은 상위 20%의 인력은 관리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고급 인력 한  사람의 적극적인 참여는 저급 인력 몇 명을 투입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효과를 낳는 경우가 많다. 이런 효과는 팀 규모가 커지고 과제가 장기화될 수록 더욱 뚜렷해진다. 과제가 진행되면서 노하우가 전파되고 개발인력들의 역량이 향상된다. 이 문제는 굉장히 심각한 것이.. 실무에서 몇 년을 일한 프로 개발자들 중 아직껏 대학생 수준의 코드를 작성하고 있는 경우가 너무 많이 목격되기 때문이다. 투명성 부여 하나만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지만 문제를 부각시키는데 분명 큰 효과를 발휘한다.

둘 째, 조직이 스스로의 역량을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현실성 있는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여 그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어느 시점에 어떤 역량을 더 키워야 하는지도 판단할 수 있고, 이는 조직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한 정보 중 하나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경직된 조직에서 과제에 투명성을 부여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깨어 있는 사람에 의해 위에서부터 도입되는 시나리오가 가장 현실적이나, 정보가 차단된 문화에서 그럴 필요성을 느낄 수나 있는가가 첫 난관이다. 반대로 아래로부터의 개선은 변화를 시도하는 팀에게 상당한 모험이 될 것이다.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 과제는 여러 겹 포장된 과제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고 각종 문제들로 정신이 없는 것처럼 비춰지기 쉽다. 이런 현상의 진실을 경영진들에게 잘 납득시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과제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 될 것이다.

개발자들에게 오픈 마인드를 심어주는 것 역시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자신들이 하는 일이 실시간으로 공개가 된다는 것은 자칫 일거수 일투족이 감시받는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 쉽다. 실제 비공식적으로 도입해본 결과도 아랫사람들이 훨씬 적극적이며, 주로 위로부터의 말도 안되는 압박에 대한 방어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그리고 윗사람들이 하는 일도 다 같이 공개된다는 점을 잊지 말자.

마지막으로 그리고 절대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 정보 공개를 위해 귀찮은 추가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면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고 정보 누락이 발생한다. 부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생상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바보짓이다. 따라서 충분한 논의와 교육으로 가능한 많은 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좋은 자동화 인프라를 갖춘 후에 시행에 옮겨야 한다. 의욕만 앞서 무리하게 추진하면 부정적 인식만 남겨 도입 시기를 더 늦춰버리는 역효과가 나기 쉽다. 지금까지 자칭 SE 라는 조직에서 수없이 반복해온 실수들이 아닌가!

하루라도 빨리 제대로된 개발을 해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답답한 마음에 두서 없이 적어본 프로젝트 투명성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다.

참고로, 인프라 관점에서는 본격적으로 제품이 나오기 시작한지는 아직 몇 년 되지 않아 제대로된 솔루션 중에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현 시점에서는 IBM Rational 의 Jazz/RTC 와 MS 의 Visual Studio Team System 2010 정도가 눈에 들어온다. 통합 환경에 비해 사용법을 익히고 관리하는데 더욱 많은 노력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별개의 여러 툴들을 조합해 사용할 수도 있다.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나라면 개발 인력 5명에 3개월 과제만 되어도 이런 류의 인프라를 도입할 것이다.

»  Substance: WordPress   »  Style: Ahren Ahimsa